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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최우퇘지 2022. 2. 6. 20:52

그냥 퇴근길 하늘

 

200년 전 영국 시골 사람들의 사랑은 어땠는지 훔쳐본 느낌이다. 인류는 올 타임 올 어바웃 사랑이지 싶다. 어릴 때는 노래를 들으면 죄다 사랑 얘기만 하고 있는 게 이해도, 공감도 안 됐기에 그렇게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인생이 다 사랑이지, 꼭 연인 간 사랑뿐만이 아니더라도, 모양과 질감과 색과 향 모두 다 제각각이겠지만 인생은 다 사랑이다 이 말씀이야. 모두의 삶에 갖가지 사랑이 가득하시길. 

 

다 읽고 보니 썩 괜찮은 책이다. 

 

● 인간이란 얼마나 허황한 바람개비같이 변덕스러운 존재인가! 세상과 모든 관계를 끊으려 결심하고 마침내 관계를 가지려야 가질 수도 없는 장소를 발견하여 내 운명에 감사한 나였건만, 약한 인간인 나머지 어두워질 때까지 우울과 고독과의 싸움을 계속하다가 결국은 손을 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 뭐하러 우울과 고독과 싸움을 하려 하나, 인간은 사회적 존재다. 우울하고 고독하려 하는 사람과 굳이 함께 하고 싶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자. 

 

● "그렇게 사나운 사내가 되기까지는 필경 여러 가지 사연을 많이 겪었을 거요. 그 사람 내력에 대해서 아는 게 있소?"

 

○ 사연이 많다고 사나워졌을까? 같은 경험을 해도 사람은 다 받아들이는게 다르다. 같은 인풋이라도 아웃풋은 제각각 다르기 마련이다. 사나운 사람이 그런 사연을 겪은 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근데 또 그 사람의 입장이 돼보지도 않고 이렇게 생각하는 건 오만방자하긴 해. 결론은 역시 함부로 판단하지도, 함부로 입을 놀리지도 말자. 가 된다. 

 

● "너를 비웃으려던 게 아니야. 그냥 어쩌다 웃음이 나왔지. 히스클리프, 그래도 악수는 하자! 뭣 때문에 시무룩한거야? 네가 이상해 보여서 그랬을 뿐이야. 얼굴을 씻고 머리에 빗질을 하면 괜찮을 텐데. 하지만 지금은 너무 더러워!"

... 아가씨는 자기가 한 말이 그가 뛰쳐나갈 만큼 화날 만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요. 

 

○ 진짜 세상 알쏭달쏭한 일 천지다. 너무 알쏭달쏭해. 이유를 다 알 수도 없고. 알쏭달쏭한 일 천지다. 머리 속에서는 왜??????????? 싶은데 그냥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는 게 미칠 노릇. 

 

● "얘, 히스클리프. 너는 약한 마음을 드러내 보이고 있어! 거울 있는데로 와. 네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여줄 테니까. 네 두 눈 사이에 있는 두 줄의 주름살과 아치 모양으로 올라가지 않고 중간이 내려와 있는 저 짙은 눈썹, 그리고 쑥 들어간 저 시커먼 악마 같은 두 눈, 그 창을 당당하게 여는 법 없이 마치 악마의 첩자처럼 그 아래 숨어서 번득이고 있는 두 눈이 보여? 그 시무룩한 주름살을 활짝 펴고 눈꺼풀을 솔직하게 뜨고 악마 같은 두 눈을,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고 누구든지 분명한 적이 아닌 경우에는 친구라고 생각하는, 숨김없고 순진한 천사와 같은 눈으로 바꾸도록 힘써. 발길에 채는 것이 당연한 벌이라는 것을 아는 듯하면서도 그 아픔 때문에 발로 찬 사람뿐만 아니라 온 세상을 미워하는 사나운 똥개 같은 얼굴은 하지 마."

 

○ 눈은 마음의 창.

 

● "그 질문에 옳게 대답을 하자면 여러 가지를 생각해야지요." 저는 점잔을 빼면서 말했어요. "우선 무엇보다도 에드거 도련님을 사랑하세요?"

 "사랑을 어쩔 수 있어? 물론 사랑하지." 아가씨가 대답했어요. 

 그리고 저는 다음과 같이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답니다. 스물두 살 난 아가씨로서는 분별이 없지도 않은 편이었지요.

 "왜 그분을 사랑해요, 캐시 아가씨?"

 "무슨 소리야, 사랑하니까 사랑하는 거지. 그것으로 충분해."

 "결코 그렇지 않아요. 이유를 말해야만 해요."

 "글쎄, 그이는 잘생기고 함께 있으면 즐거우니까."

 "안 돼요."라는 것이 제 의견이었어요.

 "그리고 그이는 젊고 명랑하니까."

 "그래도 안 돼요."

 "그리고 그이는 나를 사랑하니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그리고 그는 재산을 많이 물려받을 거고, 나는 근방에서 제일가는 부인이 되고 싶고, 그렇게 훌륭한 남편을 둔 것이 자랑스러울 테니까."

 "제일 못쓰겠군요! 자, 이번에는 아가씨가 얼마나 그를 사랑하는지 말해 봐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지. 바보 같아, 넬리."

 "조금도 바보 같지 않아요. 대답해봐요."

 "그이가 살고 있는 땅, 그이 머리 위의 하늘, 그이의 손이 닿는 모든 것, 그리고 그이가 말하는 모든 말을 다 사랑하지. 그이의 모든 표정, 그이의 모든 행동, 그리고 그이의 전부를 사랑해. 그만하면 됐지!"

 "그렇다면 왜 그렇게 좋아졌을까?"

 

○ 뭐 좋아짐에 이유가 있나. 이유는 만들어내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좋고 싫음에 이유가 어디 있어. 좋아하니까 다 좋아 보이는 것이고 싫어하니까 다 싫어 보이는 게 아닐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느낌이긴 한데, 난 좋고 싫음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 "...내가 이 세상에 살면서 무엇보다도 생각한 것은 히스클리프 자신이었단 말이야. 만약 모든 것이 없어져도 그만 남는다면 나는 역시 살아갈 거야. 그러나 모든 것이 남고 그가 없어진다면 이 우주는 아주 서먹해질 거야. 나는 그 일부분으로 생각되지도 않을 거야. 린튼에 대한 내 사랑은 숲의 잎사귀와 같아. 겨울이 돼서 나무의 모습이 달라지듯이 세월이 흐르면 그것도 달라지리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어. 그러나 히스클리프에 대한 애정은 땅 밑에 있는 영원한 바위와 같아. 눈에 보이는 기쁨의 근원은 아니더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거야. 넬리,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그는 언제까지나,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어. 나 자신이 반드시 나의 기쁨이 아닌 것처럼 그도 그저 기쁨으로서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서 내 마음속에 있는 거야. ..."

 

○ 아니 뭐????? 근데 왜?????????? 읽을 때도 지금도 알쏭달쏭하다 알쏭달쏭해 세상은 정말 알쏭달쏭한 일 천지야 

 

● 글쎄 우리 인간이란 결국은 자기 본위가 되고 마는가 보죠. 순하고 너그러운 사람이라 해도 거만한 사람보다는 더 정당하게 이기적이라는 차이뿐이지요. 그리하여 여러 가지 사정으로 서로 상대가 자기의 이해를 자기 위주로 생각해 주지 않는다고 느끼게 되었을 때 그분들의 행복은 끝장이 났던 거랍니다.

 

○ 이렇게까지 염세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충분히 이타적으로 배려하고 사랑하며 살 수 있다. 

 

● "캐서린 언쇼! 당신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편히 쉬지 못한다는 것을! 당신은 내가 당신을 죽였다고 했지. 그러면 귀신이 되어 찾아 돈다면서? 난 유령이 지상을 돌아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어. 언제나 나와 함께 있어줘. 어떤 형체로든지, 차라리 나를 미치게 해 줘! 제발 당신을 볼 수 없는 이 지옥 같은 세상에 나를 버리지만 말아줘. 아! 견딜 수가 없어! 내 생명인 당신 없이는 못 산단 말이야! 내 영혼인 당신 없이는 나 살 수 없단 말이야!"

 

○ 불쌍한 히스클리프. 이렇게 사랑이 무서운 것이니 다들 조심하세요. 조심한다고 될 일이 아니긴 하지만.. 까딱하면 다  그으냥 쪼커가 되는 거야! 

 

● '나 자신에게 되돌아오지만 않는다면 나도 얼마든지 보복을 하겠어요. 하지만 배반이나 폭력은 양쪽 끝이 뾰족한 창과 같아서, 그것을 쓰는 사람이 그걸 받는 사람보다 더 크게 다치는 법이지요.'

 

○ 난 지금도 착하게 사는 게 짱이라고 생각한다. 진부한 말이지만 최고의 복수는 잘 사는 것이지. 복수하려는 생각 자체가 그 대상을 자꾸 리마인드 하게 하는 것이니, 좋은 영향을 끼칠 리가 없다.

최근에 인터넷에서 본 게 있는데, 사람의 뇌는 부정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너 코끼리 떠올리지 마!' 하는 순간 뇌는 코끼리를 연상하게 된다. 그래서 스키선수는 '나무를 피해야지, 나무를 피해야지' 보다 '길을 따라가야지, 길을 따라가야지'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복수는 무슨, 좋은 것만 생각해도 시간이 부족할 텐데 

 

● "사랑이라고요!" 저는 그 말을 되도록 경멸조로 외쳤어요. "사랑이라니!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그건 마치 내가 일 년에 한 번씩 집에 밀을 사러 오는 방앗간 사람에게 사랑 하나고 말할 수 이는 거나 같은 꼴이지요. 정말 굉장한 사랑이로군요. 아가씨가 지금까지 린튼 도련님을 만난 것은 두 번 다 합해서 네 시간도 채 못 돼요! 그런데 벌써 이런 유치한 편지 나부랭이나 쓰다니."

 

○ 두 번이 어때서, 네 시간도 채 되지 못하는 시간이 어때서, 고속도로에서 과속카메라 앞에 100km가 넘는 속도로 지나가면 그건 과속이지.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8%가 넘은 상태로 운전하면 면허 취소고. 근데 사람 감정은 정량평가가 아니라 정성평가이지 않습니까. 꼭 몇 번 몇 시간 이상 만나야 이게 사랑인거라! 할 수 있는 기준은 없다. 다 각자의 사랑이 있는 것이겠지. 

 

● 그런데 우린 한 번 싸울 뻔했어. 그 애가 그러는데 7월의 더운 날을 유쾌하게 지내는 방법은 말이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벌판 가운데 있는 히스 나무 위에 누워서 꽃 사이를 꿈꾸듯이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는 벌 소리를 듣고, 머리 위로 높이 날며 지저귀는 종달새 소리도 듣고,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을 보면서, 내리 죄는 햇볕을 쬐는 거라지 뭐야. 그게 린튼의 가장 완전한 행복이라는 거야.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행복은 말이지, 살랑거리는 푸른 나무 위에 앉아 흔들거리며, 불어오는 서풍을 받으며 맑고 흰 구름이 하늘을 흘러가는 것을 보면서 종달새뿐만 아니라 지빠귀, 굴뚝새, 방울새, 그리고 뻐꾸기 같은 새들이 사방에서 울어대는 소리가 들리고, 거기에 시원해 보이는 으스름 골짜기를 드문드문 이루며 멀리 뻗쳐 있는 벌판이 보이고, 가까이는 산들바람에 물결치듯 나부끼는 긴 풀이 무성한, 굽이치는 커다란 언덕이 있고 숲이며 소리 내며 흐르는 시내, 그리고 온 세상이 기쁨에 깨어 날뛰는 모습을 보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행복이라고 했어. 

 

○ 얼씨구 아주 지랄을 지랄을 

 

● 저는 의자에 혼자 앉아 흔들거리며 제가 여러 가지로 할 일을 다 하지 못한 데 대해 몹시 자책했답니다. 그러자 그 때문에 주인이나 아가씨의 모든 불행이 닥쳐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저도 알고 있지요. 그러나 비참했던 그날 밤에는 그런 상상이 들었고 히스클리프 씨는 저보다도 죄가 덜한 생각이 들었답니다.

 

○ 자책하지 맙시다. 자책은 생각의 힘을 안 좋은 방향으로 꺾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대들의 탓이 아닐 것이고, 혹여 그대의 탓이라면, 이미 일어난 일 뭐 어쩌겠는가. 잘 대처해야지. 대처할 수도 없는 일이라면 받아들일밖에. 

 

● "하지만 다행히 저는 성격이 좋으니 그의 나쁜 점을 용서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가 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저도 그를 사랑해요. 히스클리프 씨, 당신은 아무도 사랑해 주는 사람이 없잖아요. 아무리 우리를 비참하게 만든다 하더라도 말이에요. 아저씨의 그 잔인한 성격은 아저씨가 우리보다 훨씬 비참하기 때문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풀려요. 아저씨는 비참해요, 그렇지 않아요? 악마같이 외롭고 시기심이 많은 거죠. 아무도 아저씨를 사랑하지 않아요. 아저씨가 죽어도 아무도 울어주지 않을 거예요! 저는 아저씨처럼 되진 않을 거예요!"

 

○ 캐시 참 선녀고, 히스클리프 참 불쌍하다. 나는 그래도 인생에서 사랑을 많이 받아오며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받은 사랑 다 나눠드릴게요.

 

● '그녀의 착한 유모의 소망대로 혹시 린튼 히스클리프 부인과 내가 어울리게 되어 런던의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서 함께 살게 되었더라면, 그녀에겐 동화 속 세계보다도 더욱 로맨틱한 꿈이 실현되었을지도 모르지!'

 

○ 'WHAT IF...' 최근에 머릿속에서 IF구문을 수천번 돌린 거 같다. 근데 뭐 어떻게 했어도 결과는 똑같았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닥터스트레인지는 타노스 앞에서 천사백만번 정도 시뮬레이션을 돌렸고 단 하나 경우의 수를 발견하여 타임스톤을 순순히 넘기는 도박을 했다. 나는 단 하나 경우의 수도 못 찾겠더라. 하나의 경우의 수라도 있으면 사력을 다 할 것 같은데. 내가 어떻게 해야 됐을까? 그냥 나라서 안 된 건 아닐까. 다른 방법이 있었을까? 타이밍의 문제일까.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 어쩔 수 없다, 또 다양한 사람을 만나봐야지. 김광석의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를 들어보자.  

 

● "저 사람은 꼭 개야. 그렇지 않아, 엘렌? 아니면 마차를 끄는 말이라고나 할까? 언제까지나 일하고 먹고 잠이나 자니 말이야! 저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허전하고 쓸쓸할까! 꿈을 꿔본 일이 있어, 헤어튼? 꿈을 꾼다면 무슨 꿈을 꾸지? 하지만 내게 말하진 못할 거야!"

 

○ 유튜브 클립으로 본, 다큐멘터리 3일에 나온 어부 아저씨가 너무나 인상적이라 정말 많이 봤다. 

'왜 또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리십니까, 제게도 꿈은 있었습니다. 난 있잖아요, 국문학과를 가고 싶었어요.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아저씨 너무 멋있더라. 물론 내게도 꿈은 있다. 소중한. 

 

● "나를 용서한다고 말해, 헤어튼. 어서. 그 간단한 말 한마디로 헤어튼은 나를 아주 즐겁게 해 줄 수가 있단 말이야." 

도련님은 들리지 않는 소리로 무엇인가를 중얼거렸어요.

 "그리고 내 친구가 되어주는 거지?" 캐서린 아씨는 잇달아 물었어요.

 "아니! 너는 죽을 때까지 매일 나 때문에 창피할 거야. 그리고 나를 알면 알수록 더 창피할 거야. 난 그게 참을 수 없어."

 "그래서 내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거야?" 아씨는 꿀같이 달콤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고는 도련님에게 바싹 다가서는 것이었어요. 

 제게는 더 이상 확실한 이야기 소리가 들리지 않더군요. 그러나 제가 다시 돌아보았을 때, 그 두 사람이 무척 환한 얼굴로 도련님이 받은 책 내용을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양쪽의 협상이 잘 성립되어 조금 전까지도 원수였던 사이가 이제 굳은 동지가 된 것이 틀림없음을 알았답니다. 

 

○ 아 캐서린 너무 아깝다. 더 좋은 남자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꿍하고 있는 거 별로다. 생각해보면 나도 어릴 때는 화해 잘 못 하고, 꿍해있고 그랬던 적이 많았던 거 같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마음에 안 좋은 일을 담아놓으면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안 좋은 마음을 타인에게 전가해버리겠다는 태도는 절대 아니다. 마음이 상할 정도라면 그대가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뜻이고, 소중한 사람을 잃고 싶은 생각이 나는 없다. 

 

● "초라한 종말이군 그래." 그는 방금 눈앞에 벌어진 광경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어요. 

 "나의 그 맹렬한 노력이 이렇게 끝장난단 말인가? 두 집을 부숴버리려고 지렛대며 곡괭이를 장만해 놓고 헤라클레스와 같이 괴력을 낼 수 있도록 나 자신을 훈련했건만, 막상 만반의 준비가 되고 내 힘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되자 어느 쪽에서도 기와 한 장 들어내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으니! 나의 숙적들은 나를 넘어뜨리지는 못했어. 이제야말로 바로 그들의 후손에게 복수를 할 때지. 내 힘으로 할 수 있지. 그리고 아무도 막지 못해. 하지만 그래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 난 사람을 때리고 싶지 않아. 주먹을 휘두르는 것이 귀찮아졌단 말이야! 이렇게 말하니 마치 오직 아량의 미덕을 보이기 위해서 이제까지 애를 써온 것처럼 보이는데, 그와는 거리가 먼 얘기지. 난 그들의 파멸을 즐길 만한 힘도 없어졌고 쓸데없이 남을 파멸시킬 생각도 없어졌단 말이야. 

...

내 눈에 그녀와 관련되지 않은 것이 뭐가 있겠어? 무엇 하나 그녀 생각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것이 있어야 말이지! 이 바닥을 내려다보기만 해도 그녀의 모습이, 깔린 돌마다 떠오른단 말이야! 흘러가는 구름송이마다, 나무마다, 밤이면 온 하늘에, 낮이면 눈에 띄는 온갖 것들 속에, 나는 온통 그녀의 모습으로 둘러싸여 있단 말이야! 흔해 빠진 남자와 여자의 얼굴들, 심지어 나 자신의 모습마저 그녀의 얼굴을 닮아서 나를 비웃거든. 온 세상이 그녀가 전에 살아 있었다는 것과 내가 그녀를 잃었다는 무서운 기억의 진열장이라고! ..."

 

○ 이렇게 복수의 말로가 허망한 것이다. 사랑이 집착으로 변하면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히스클리프가 참 안타까웠다. 아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이 들어도, 뭐 히스클리프는 그렇게 되고 싶어 됐겠는가. 

착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사랑하며 잘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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